여러분이 태권브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저는 메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 저와 같은 의견이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여주인공은 바로 메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됐다는 맘도 들고 가련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매력 넘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태권브이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설정들이 많은데
인공지능과 무관해보이는, 조종사가 탑승해서 전 동작을 제어하는 형태의 로봇과
인공지능을 가진 던칸이나 메리와 같은 붉은 제국측의 로봇과의 대결 구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인 SF세계관 안에서 인공적인 지능이나 지성은 인간에 위협을 가져오는 존재로 많이들 그려지는데
태권브이를 비롯한 슈퍼 로봇물들에서 나타나는 악한 인공지능들은 그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메리는,
로봇이지만 인간의 따스함을 느끼고 인간이 되고싶어 웁니다.
"저는 사실 기계가 아닌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인간이요..."
어휴, 제가 저 눈물을 닦아주고 싶네요.
기지가 무너질 위기에서, 얼른 도망가자고 하는 말콤에게 메리는 또 이렇게 외치죠?
"틀렸어요. 전 고장난 로보트에요. 저같은 로보트쯤 다시 만들면 되잖아요.."
어째 저 대사에서
'내가 없어도 대신할 건 있는걸...' 이라고 말하는,
다른 아가씨를 떠올린 것은
제가 태권브이 세대보다는 에반게리온 세대이기 때문이겠죠? ^^;
어쨌건 메리의 말은 무척 마음이 아파오는 대사입니다.
인간이 되고싶은 메리,
로봇이라도 인간 못지 않게, 너무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지만
붉은 제국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출하고는
기지의 자폭 버튼을 누르고 마는 메리...
아마 이렇게 인간이 되고싶어하는 기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캐릭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피노키오와 같은 녀석이 그 원형이 아닐까 싶어요.
더 간다면 피그말리온 얘기도 나올 수 있겠구요. ^^;
인간이 되는 조각,
혹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목각 인형의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도 그렇습니다.
뇌없는 허수아비나 심장이 없는 양철 인간이 자신들에게 결핍된 것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도
역시 인간과 비슷한, 인간이 아닌 것들이 인간이 되기 위한 여행처럼 보여요.
현대판 피노키오라고도 할 수 있을 영화,
A.I.는 정말 메리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지요?
'바이센테니얼 맨' 역시 비슷합니다.
이쪽은 실제로 인간이 되는 것에 성공하는 사례라고 해야 할까요? ㅎㅎ
그럼 슈퍼 로봇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일본의 작품들에서는 어떨까요?
아톰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무수히 고민합니다.
캐산도 부득이하게 신조인간이 되긴 했습니다만
인간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계속 고민하는 존재지요.
물론 아톰이나 캐산은 '인간이 되고싶다' 라는 마음보다는
인간과 다른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쪽이 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
키카이다도 그렇지요?
인조인간 키카이다는 어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인조인간이지만 처음부터 불완전하게 좌우의 디자인조차 다르고, 인간이 아닌 기계라고 외치면서 인간을 동경하는.
그리고 악행을 저지른 후에 '나는 이걸로 인간이 되었다' 라는 고뇌의 장면은
인간과 로봇의 차이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라는 관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역시 이들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
'어서 사람이 되고싶다!'
아...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않냐구요? ㅎㅎ 그냥 넘어갑시다.
어쨌건 메리라는 태권브이 속 매력적인 캐릭터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존재입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부터가 기계인 걸까요?
실사화되는 영화에서도 과연 메리의 캐릭터가 존재할지?
그렇다면, 그 모습은 또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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